A rose for Emily

자비에 돌란

Tigerlily 2015. 2. 10. 13:17

 

 

 

 

 

"아무도 저를 캐스팅하려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스스로를 캐스팅하고 싶었어요."

 

 

감독 겸 배우를 하는 물음에 대한 그의 대답이다. 

자비에 돌란.

연기, 연출 뿐만 아니라 독특한 색감과 음악에 있어서

천재적이라는 말로 주목을 받는 그는 올해 겨우 26세이다.

 

내가 본 네 편의 영화, 모두에 동성애가 등장하기에 뒤져보니,

그 역시 게이이다.

 

 

 

 

 

 

 

 

 

 

<하트비트>는

'사랑에 빠지는 것에 대한 연구이다.

사랑의 진행과정의 각 단계, 심장이 터질 듯 설레는 순간부터

눈물과 아픔으로 얼룩진 이별의 순간까지 따라간다.

영화 전체를 통해서 시적 광기를 닮은 사랑의 모습부터 터질듯한 열정과 풀어진 욕망,

사랑하는 사람의 기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의 슬픔과 굴욕감,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국 처음 그 자리에 혼자 남는 외로움까지의 그 사랑의 모든 과정을 질주한다.' 

 

 

 

'세상에 유일한 진실은 이성을 잃은 사랑이다

우리는 사랑에 자주 속고, 자주 상처받으며, 자주 고통 받지만 그래도 사랑한다.

그리고 우리는 죽음의 문턱에 다다랐을 때, 과거를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말하길

“나는 자주 고통 받았고, 때로는 실패했지만 사랑했다. 그리고 이렇게 살아온 것이 바로 나이다."'

 <하트비트>의 시작 자막에 돌란이 인용한 드 뮈세라는 사람의 말은  그 나이 젊음이 집착할 만한 사랑의 맹목성을 보여주는 듯도 하다.

하지만 다른 두편의 영화에서 그가 다루는 감정은 '애증'이다.

 

 

 

절망의 끝에서도 놓지 못하는 사랑을 그린 <로렌스 애니웨이>의 여주인공 프레드나

누군가의 아들일 수는 있지만 엄마의 아들이긴 싫다는 17세 소년과 엄마와의 관계를 다룬

<아이킬드마이마더>의 엄마와 후베르트.

그들은 지긋지긋하고, 진절머리나는 상대를 결국 놓지 못한다.

 

스릴러의 형태를 취한 영화, <탐앳더팜>역시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사람들이 그 대체물에 집착하는 모양을 다룸으로써

또 다른 애증의 색채를 보여준다.

 

 

 

 

 

 

 

 

자비에 돌란.

또 하나의 기다리는 사람이 생겨서,

그를 알게되어서 설렌다.

 

스스로를 캐스팅하고 싶었다는

간지나는 핑계도 그럴듯하여, 좀 더 외로움이 깊어질 즈음

나도 그의 말을 써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