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se for Emily

차미슬

Tigerlily 2024. 4. 18. 13:57

 

 

 

 

 

 

 

 

똥꿈을 꿨다.

얼마나 푸짐한 똥밭이었는지 신발에 묻은 똥을 아무리 닦아내어도 닦여지지 않았고

곳곳의 네모난 통에는 마치 김칫독에 김장김치를 정갈하게 넣어둔 것처럼

똥이 예쁘게 가득가득 담겨있었다.

냄새가 났던가, 누루튀튀한 똥 색깔이 기억나는 걸 보니 색깔지원은 되었지만

냄새까지는 지원되지 않는 2D의 꿈이었다.

 

아침 식사로 찐 계란과 주스를 먹으며(당근과 사과, 양배추를 갈아 만든 주스가 약간 똥색을 띠었다.)

일부러 지난 밤의 꿈 얘기를 하지 않았다.

물론 꿈의 효력에 바람을 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을 지나면서 

그 정도의 똥꿈이라면 돈벼락을 맞을 예지몽에 해당하는데

금전운이 시원찮은 나의 팔자에 

어디서 금전의 잭팟이 터질까, 생각을 하다가

송천동에서 로또방을 운영하는 동창 경원이에게 손맛 좋은 로또 몇 장 꼬불쳐두라고

전화를 할까, 잠시 생각했다.

 

그러는 찰나, 

드르륵 휴대폰의 진동음이 울렸다. 

봉급 입금을 알리는 문자였다.

 

에라이~!

오늘이 17일이잖아, 

안돼, 안돼,

겨우 봉급입금으로 그 많았던 똥이 흐지부지 되나니,

그 귀한 똥꿈이 똥값이 되었다. 

 

누구나 다 아는 것은 재미없다.

뻔한 것은 행운이 아니다.

간질간질 마음의 성이 차지 않는 이유는

'그것'에서 그치기 때문이다.

우리의 마음을 훔치는 것은

'그것 말고'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