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se for Emily
rhyme and reason
Tigerlily
2023. 8. 28. 16:19
가본 적은 없지만
뉴질랜드의 와나카라는 지역에는 '라임 앤 리즌'이라는 양조장이 있단다.
술을 만들어 파는 곳이니
흥청망청 인간의 쾌락(rhyme)만을 대놓고 조장하는 장사치라는
제발 저림을 피하기 위한 눈치 빠른 간판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rhyme or reason,
이 관용구는' neither rhyme nor reason'과 같은 부정문의 형태로 주로 쓰인다고 한다.
어떤 말이 외적 질서도 없고 내적 논리도 없을 때 사용하는 표현으로
우리 식으로는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운운하며 상대를 깎아내릴 때 주로 쓰인단다.
미적인 것과 논리적인 것이 겸비되어 있을 때
우리의 삶이 탄탄하면서도 지루하지 않듯
글 역시 마찬가지이다.
-친구가 서점에서 내 책을 찾고서 보내 준 사진
"야, 선희야.
며칠 전에 니네 하늘색 대문집 찾아보러 실리 갔었다. "
나의 두 번째 책 《레옹의 화분》을 사서 읽고서 동산촌 우리집을 찾으러 갔다는
정관이의 말이었다.
가장 감동적인 독후감이었다.
책을 써낸다는 것은
속옷까지 다 까내리고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라고 했다.
보여줄 내용물이 실하든, 빈약하든 내가 즐거워서 하는 자아도취적 원맨쇼에 가까운 노출이지만
어쩌다 한 번씩 만나는 말 수 줄인 진중한 찬사를 대하노라면
rhyme과 reason 사이에
and라는 단어를 삽입할 날을 자꾸 꿈꾸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