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se for Emily
이런 날
Tigerlily
2020. 12. 9. 21:52
오랜만에 화암사에 갔다.
맞은편에서 차가 오면 멈춰있어야만 했던 좁은 길이
몇 년 사이,
훌렁훌렁 넓은 포장도로로 바뀌어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잠시 눈을 붙였다.
잎사귀가 다 진 숲 속의 길을 몇 걸음 걷다가
발걸음을 돌려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어설픈 나이가 되니
마음이 마음에게 할 일이 많아진다.
초라해질 일은 잦아지고
그럴 때마다
힘. 없.는. 마.음.이. 나서서
'아무 일 아니야'라고 쓰다듬어 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아무렇지 않지 않은데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하는 일은
쓸쓸한 노동이다.
어여쁘게 살고 싶은데
어여쁘지도 않고,
내 마음이 그것을 담아내지도, 견뎌내지도 못한다.
집에 돌아와 저녁밥 대신
캔 맥주 두 개만 마셨다.